草堂 說
草有四悉檀하니 何以知之오 草之者는 百世之總名이라 有象而無辭하야 方圓長短과 靑黃赤白이 任人作何等解하나니 是는 世界悉檀也니라 聖人이 以蓍艸而決疑하야 使人卽物而悟理하며 使人素位而務本하며 使人不泣岐而
倖하나니 是는 爲人悉檀也니라 易之大過初六에 曰籍用白芽하면 無咎라하야늘 子曰苟措諸地라도 而可矣어늘 籍用白芽하니 何咎之有라오 愼之至也라 夫芽之爲物이 薄而用은 可重也니 愼欺術也하야 以往이면 其無所失矣라하시니 盖芽也者는 草之潔淨而
者也니 正是第一寂滅之忍이라 世法佛法이 當大過時하야는 皆以剛柔相濟로 爲得하고 過剛過柔로 爲失이어늘 今初六은 以柔居巽體之下하고 而在陽位하야 無功名富貴로 以累其心하고 唯庸德庸言과 下學上達로 以爲其務者也니라 若約佛法者댄 定有其慧하고 兼以戒德精嚴일새 無咎也니 此는 對治悉檀也니라 古人이 云호대 明明百草頭에 明明祖師意라하시니 如是則擧手動足이 盡是三味요 見色聞聲이 無非般若니 此는 第一義悉檀也니라 又第一義者는 天道也오 世界者는 地道也오 爲人及對治者는 人道也니 如是則草之一字에 三才之易學이 備焉이로다 古之君子居則觀其象而玩其辭하며 動則觀其變而玩其占하나니 觀象玩辭에 三才之體立矣요 觀變玩占에 三才之用이 行矣로다 體立故로 存而神이요 用行故로 動而化라 神故로 知周萬物而無方이오 化故로 範圍天地而無迹이니 無方則象辭基焉이오 無迹則變占이 生焉이로다 是故로 君子以此洗心하야 以退藏于密하며 以此齊戒하야 以神明其德하나니 昔者에 孔子之韋編三絶이 良有以也라 今朴女史는 以草로 名其堂하고 潛心易學하야 深有所得하니 暗合於儒釋之敎의 內聖外王之道也라 四悉檀之度我度他皆從這裏하고 天地人之自造自化只在此中이로다 故로 說而贈之하야 以爲日後不忘之資也하노라
應化 三千一年(1974) 甲寅 壯月 念一日
五臺山人 金 呑虛 識
초당에 대하여
초(草) 자에는 네 가지 실단(四悉檀)의 의의를 갖추고 있다. 무엇으로 이를 알 수 있는가? 풀(草)이란 모든 풀에 대한 총칭이다. 형상은 있으나 말이 없어 모나고 둥글고, 길고 짧은 것 ,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것은 사람에 따라서 나름대로의 이해를 가지게 된다, 이는 세계실단(世界悉檀)이다.
성인이 시초(蓍草)로 의심을 결단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사물에 나아가 이치를 깨우치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제자리에 서서 근본에 힘쓰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기로에서 울며 요행을 바라지 않도록 하였다. 이는 위인실단(爲人悉檀)이다.
『주역』의 대과(大過) 괘 초육효(初六爻)에 의하면 “예물 아래 까는 데 하얀 띠풀을 쓴다면 허물이 없다” 하였는데, 공자는 이에 대하여 “땅에 그냥 두어도 괜찮은 일인데 하얀 띠풀을 깔았으니,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이는 지극히 삼가함이다. 띠풀이란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쓰임새가 중대하니, 이와 같이 법을 삼가 지켜 나아가면 잘못된 바 없을 것이라”고 말하니, 띠풀은 깨끗하면서도 부드러운 풀이다. 이것은 제일적멸(第一寂滅)의 인(忍)이다. 세간법과 불법이 대과(大過)괘의 시대를 당해서는 모두 다 강유(剛柔)를 서로 고르게 조화를 가지는 것으로써 득(得)을 삼고 지나치게 강하거나 지나치게 유한 것을 잘못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대과」의 초6효은 유(柔)로써 손체(巽體ː巽卦) 의 아래에 있고 양(陽)의 자리에 있어 공명과 부귀에 마음을 얽매이지 아니하고 오직 떳떳한 덕, 떳떳한 말, 아래로 인사(人事)를 배우고 위로 천리에 이르는 것에 힘쓰는 자이다. 이를 불법으로 요약한다면 정(定)에 그 지혜가 있고, 겸하여 계덕(戒德)이 정밀하고 엄격한 사람이다. 이 때문에 허물이 없는 것이다. 이는 대치실단(對治悉檀)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온갖 풀 끝에 조사(祖師)의 뜻이 또렸하다. ”하니, 이와 같이 한다면 손을 들거나 발을 움직이는 것 모두가 삼매요, 색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모든 것이 반야 아닌 게 없으니, 이는 제일의실단(第一義悉檀) 이다.
또한 제일의(第一義)란 천도(天道)요, 세계는 지도(地道)요, 위인(爲人)과 대치(對治)는 인도(人道)이다. 이와같이 본면 풀(草)이라는 한 글자에는 천ㆍ지ㆍ인 삼재(天ㆍ地ㆍ人 三才)의 역학(易學)이 모두 갖춰져 있는 것이다. 옛 군자들은 거처할 때에는 『주역』의 상(象)을 관찰하면서 『주역』의 문장을 음미하고, 움직일 때에는 『주역』의 변화를 보면서 『주역』의 점을 음미하였다. 상을 보고서 문장을 음미하는 것은 삼재(三才)의 체(體)가 성립됨이요, 변화를 보고서 점을 음미하는 데에는 삼재의 용(用)을 행하는 바이다. 체가 성립되어 있으므로 보존되어 신비롭고, 용이 행하므로 동하여 변화할 수 있다. 신비함으로 지혜가 만물에 두루하여 일정한 곳이 없고 변화함으로 천지를 범위(範圍)하여도 자취가 없다. 일정한 곳이 없기에 상(象)과 사(辭)는 터전을 이루고, 자취가 없기에 변화와 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자는 이로써 마음을 씻어 은밀한 데로 물러가 저장하고, 이로써 재계하여 그 덕을 신비롭게 하고 밝게 하는 것이다. 옛적에 공자께서 가죽으로 엮은 책 끈이 세 번 떨어지도록 탐독한 데에는 참으로 그만한 까닭이 있다 할 것이다.
오늘날 박여사가 초(草) 자로써 그 집을 이름하고 『주역』에 마음을 잠기어 깊이 얻은 바 있으니, 유교와 불교의 내성외왕(內聖外王)의 도에 보이지 않게 일치된 것이다. 사실단(四悉檀)의 자아의 제도와 타인의 제도 또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며, 천ㆍ지ㆍ인의 조화가 이 가운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적어 그에게 주어 이후로 잊지 않는 바탕을 삼고자 한다.
응화 3001년(1974) 갑인 장월(壯月ː2월) 일
오대산인 탄허 기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