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하上敬下란 무슨 뜻입니까?

고령사의 신찬神贊 스님의 이야기다. 어느 날 스승이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서 한 쪽 창문을 열어 놓고 경전을 읽고 있는데 벌 한 마리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이내 열린 문으로 나가지 않고 닫혀 있는 종이 창문으로 나가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제자 신찬이 게송을 지었다.

열린 문으로 그냥 나가면 되는 것을 창문을 뚫으니 매우 어리석구나.

백 년간 옛 종이를 뚫어 본들 어느 날에 머리를 내밀 기약이 있으랴!

이 시를 듣고 있던 스승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치 자신이 경책 읽는 것에 빗대어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날 스승이 목욕을 하면서 신찬에게 등을 밀어 달라 하니 선찬이 등을 문지르며 게송을 지어 불렀다.

법당은 좋고 좋은데 부처가 영험이 없구나.

이때 스승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신찬이 다시 말을 이었다.

부처는 영험이 없으나 능히 방광은 할 줄 아는구나.

스승이 생각건대 어제의 게송도 자기가 경 읽는 것을 조롱하는 것 같고 오늘 목욕할 때도 제자가 자기를 조롱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자를 불러서 물었다.

“네가 어제 벌을 두고서 지은 시도 나를 조롱하는 것 같고, 오늘도 나를 조롱하는 것 같은 데 무슨 깨달은 바가 있느냐?”

“사실은 제가 남방에서 공부하다 뜻을 조금 얻었습니다.”

스승은 그 자리에서 상경하上敬下 법상을 차려 놓고 제자에게 법문을 청하였다. 그러자 제자 선찬이 법상에서 스승에게 다음과 같이 설법하였다.

신령한 광명이 홀로 빛나서 본체는 항시 진상을 드러내니

문자로 말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로다.

마음의 본 성품은 더러움이 없어서 본래부터 원만하게 이루어져 있으니

다만 허망한 인연만 떨쳐버린다면 곧 그대로가 부처라네.

좋은 법당이란 육신을 두고 한 말이다. 영험이 없다는 것은 깨달음이 없다는 뜻이다. 승려의 본분은 큰 깨달음을 이루는 것인데 산중에 앉아 독경하고 염불하면서 하루의 일을 다한 것으로 여긴다면 도를 이룬 사람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깝게 여길 것이다. 신찬은 스승과 제자를 떠나서 깨닫지 못하고 있는 스승을 경책하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이렇게 게송을 읊은 것이다.

이 법문은 북주 고령사 신찬 선사가 백장百丈을 참예하고 개오開悟하여 다시 고령사로 돌아와서 스승인 계현 화상에게 한 법문이다. 거기에 홀연히 스승이 개오했다. 이것을 ‘상경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