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烏 大宗師 浮屠碑銘 幷小序

師의 俗姓은 鄭氏니 本貫은 東萊諱는 太田이며 金烏는 其號也라 李朝建陽元年 丙申 七月二十三日 巳時에 生於全南 康津郡 兵營面 朴東里하니 父의 諱는 用甫요 母는 趙氏니 二男三女中第二男也라 夢鶴有脤에 生而不凡하야 巍巍乎山岳之氣象이요 恢恢乎河海之胸襟이라 年纔十六에 超然有出塵之志하야 遂入金剛山 摩訶衍 禪院하야 依道庵 亘玄禪師祝髮하고 至二十八歲時에 更晉忠南禮山報德寺 寶月會上하야 有箇入處하니 其頌에 曰透出十方界하니 無無無亦無라 個個只此爾니 覓本亦無無라하다 寶月禪師는 爲滿空和尙之上首弟子而不幸早世故로 滿空老師가 代以嗣法으로 印之하니 其頌에 曰德崇山脈下에 今付無文印이라 寶月下桂樹에 金烏徹天飛라하다 師旣嗣承於寶月法脈則於鏡虛老師에 爲三代孫也라 自爾로 以四無量心으로 爲受用處하며 以一切法平等으로 爲所住處하야 或逍遙於深山伽藍之中而不出世間하고 或放曠於都市烟塵之際而不入世間이라 隨時隨處에 生熟이 自在하니 古人所謂若非打發得幾人이면 佛法이 豈到今日者가 安知非師之眞境也耶아 若夫衲子之提接과 外國之遊觀과 淨化之佛事等은 非徒昭載於行狀與年譜라 於師之分上에 皆是塵垢粃糠則何足掛於唇脗也哉아 七十二歲時에 萬緣을 休廢하고 入俗離山法住寺하야 至翌年戊申八月十七日에 奄然入寂하시니 世壽는 七十三이요 法臘은 五十七也라 門徒之如龍若虎者가 不可枚擧而嗣法揚化에 頗有超師之作者는 惟月山禪伯也라 拾其奢維之靈骨하야 立浮屠而奉安之하고 又收錄其平日法語偈頌逸話等若干語하야 付諸流通하니 觀鳳一羽에 足以知五彩之成章則何必多哉아 可謂能事畢矣로다 然이나 有塔而無碑가 窃爲後人之遺憾故로 一日에 囑余爲銘하야 以傳不朽어늘 余雖不文이나 不敢以牢讓故로 敍其顚末如右하고 仍付之以一言하노라 自其異者而視之인댄 肝膽이 楚越也어니와 自其同者而視之인댄 萬物이 皆一也니 旣已爲一矣인댄 且得有言乎아 旣已謂之一矣인댄 且得無言乎아 言與無言이 二俱非니 俗離山色이 暮雲中이로다 繼爲之
銘曰
拔萃之姿여 鐘精而生이라
自少挺特에 學不加窮이로다
志超雲外에 早脫塵緣이라
三業精勤하야 偏修禪觀이로다
圓明寂照에 體本靈通이요
應物現形에 空而不空이로다
神頭鬼面도 未測其幽이니
石火電光인들 豈能爲喩아
放去綿綿이요 收來密密이라
捧喝交馳에 臨機縱奪이로다
毛錐記德이 雖如兒戱나
不有辭章이면 曷傳來世아
泰山이崩矣라 七衆이安仰이며
棟梁이摧矣라 四部安倣가
塔鎖俗離에 卽事卽理니
百世後人이 惟是所依로다
應化 三千二年(1975) 乙卯 日
臺山人 呑虛宅成 謹撰 幷書

금오 대종사 부도비명 병소서

스님의 속성은 정씨(鄭氏)이니 본관은 동래요, 이름은 태전(太田)이며, 금오는 그의 법호이다. 조선 건양(建陽) 원년(1896) 병신년 7월 23일 사시(巳時)에 전남 강진군 병영면 박동리에서 태어나시니, 부친의 이름은 용포(用甫)요, 모친은 조씨(趙氏)이니 2남 3녀 가운데 제2남이다. 모친이 학의 태몽을 꾸고서 임신하여 낳으니, 스님이 태어 나면서 부터 비범하여 산악과 같이 우람한 기상이 있었고 바다와 같이 넓은 가슴을 가지셨다.

나이 겨우 16세에 출가하려는 드높은 뜻을 가지고 마침내 금강산 마하연 선원에 들어가 도암긍현(道庵 亘玄) 선사에게 귀의, 삭발하고 28세 때에는 다시 충남 예산 보덕사 보월(寶月) 회상(會上)에 나아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의 게송은 다음과 같다.

透出十方界 시방 법계를 벗어나니
無無無亦無 무는 무요, 무 또한 무이어라
個個只此爾 하나 하나가 다만 이와 같으니
覓本亦無無 근본을 찾아보아도 또한 없고 없어라

보월선사는 만공스님의 수제자인데 불행스럽게 일찍이 열반한 때문에 만공 노스님이 대신하여 금오스님을 보월선사의 사법제자(嗣法弟子)로 인가하셨다. 만공스님의 게송은 다음과 같다.

德崇山脈下 덕숭산맥 아래에
今付無文印 오늘날 문장없는 도장을 부촉하노라
寶月下桂樹 보월의 아래 계수나무여
金烏徹天飛 금오가 하늘에 사무치도록 날도다

스님은 이미 보월선사의 법맥을 계승하였는 바 경허의 3세 손이다. 이후로부터 사무량심(四無量心)으로써 수용처(受用處)를 삼고 일체 법의 평등으로써 주석할 곳을 삼아 혹 깊은 산 가람에 거닐면서 세간을 벗어나지 아니하고, 혹은 도시와 번거로운 세속에서 거리낌 없이 머물면서도 세속으로 들어가지 아니 하시고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모든 일에 자유자재하셨다. 옛 사람이 말한 “도를 얻은 몇 몇 큰 스님이 없었다면 불법이 어찌 오늘에 이를 수 있었겠는가.” 라는 구절은 바로 스님의 참다운 경지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납자(衲子)의 제접(提接), 외국의 유람, 정화의 불사 따위는 행장과 연보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스님의 본분상에 있어선 모두가 띠끌이요 쭉정이와 같은 일이다. 어찌 다시 이를 말할 것이 있겠는가.

72세에 모든 인연을 끊으시고 속리산 법주사에 들어가 그 이듬해 무신년(1968년) 8월 17일에 열반하시니 세수는73이요 법랍은 57이다.

문인 가운데 뛰어난 제자들을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나 법을 잇고 교화를 폄에 선사의 일을 초월한 사람으로는 월산선백(月山禪伯)이 있다.

스님의 화장 후 사리를 수습하여 부도를 세워 봉안하고, 또한 스님의 평소 설하신 법어와 게송, 일화 등 얼마 안 되는 말들을 수록하여 이를 간행하여 널리 전해지고 있다. 이는 봉황의 한 깃털만 보고서도 아름다운 오색영롱한 빛을 미루어 알 수 있으니, 어찌 많은 것을 필요로 하겠는가? 해야할 일들을 모두 마쳤다고 말할만하다.

그러나 부도탑은 세워져 있으나 비명이 없어 후인들의 유감이 되어 왔었다. 이 때문에 어느 날 나에게 비명을 지어 후대에 전해 주기를 부탁하기에. 내 비록 문장에 능하지 못하나 감히 이를 사양할 수 없는 까닭에 그 전말을 위와 같이 서술하고, 아울러 한 마디 말을 붙이는 바이다.

“그 다른 차이점으로 본다면 한 몸의 간과 쓸개도 초나라 월나라처럼 동떨어지지만 그 같은 점으로 본다면 만물이 모두 하나이다.”

이미 하나라면 또한 여기에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미 하나라고 말한다면 또한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말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 두 가지 모두가 잘못된 일이다. 속리산의 푸른 빛이 저문 구름 속에 묻혀있다. 이어서 명문을 붙이는 바이다.

빼어난 그 모습
정기가 모여서 태어나셨네.
어려서부터 빼어나
배움에 더 공부할 것이 없었노라.
뜻은 구름 밖에 드높아
일찍이 세속의 인연을 벗어나셨네.
삼업(三業)을 정밀하게 닦으시고
선관(禪觀)을 외곬차게 닦으셨노라.
원만한 밝음과 고요한 비춤에
본체에는 본시 신령하고 통하며
사물을 응하고 형체를 나타냄에
공(空)이로되 공이 아니로다.
귀신의 머리와 귀신의 얼굴로도
그 그윽함을 헤아리지 못하거니
전광석화인들
어찌 이를 비유할 수 있겠는가.
놓으면 끊임없고
거둬들이면 촘촘하여라
몽둥이와 억소리가 서로 달림에
기틀에 따라서 놓아주고 뺏노라.
붓끝으로 덕을 기록함은
어린아이의 희롱과 같으나
문장에 말과 글이 있지 않으면
어찌 후세에 전할 수 있겠는가?
태산이 무너졌으니
칠중(七衆)이 누구를 우러러 볼 것이며
대들보가 겪였으니
사부대중이 어디에 의지하랴.!
부도탑이 속리산에 있으니
사법계(事法界)가 곧 이법계(二法界)니
백세의 후인들이
오직 이를 의지하리로다.

불기 3002年(1975) 을묘 8월 17일
오대산인 탄허 택성 삼가 짓고 아울러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