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性 大宗師 碑文

天地는 從無相肖之一刻이요 古今은 從無可據之一瞬이어늘 而欲出其機巧하야 與造化로 爭이면 亦愚甚矣라 故로 自古賢達之士는 使之和豫로 通而不失於兌하야 使日夜無隙하야 而與物爲春하나니 春性大宗師가 是其人也니라 宗師의 諱는 昌林이요 俗姓은 李氏요 本貫은 平昌이며 法名은 春城이요 春性은 其法號也라 父의 諱는 仁五요 母는 朴氏니 檀紀四二二四年 辛卯 三月三十日에 誕生於江原道 麟蹄郡 元通里하다 母之夢에 見一童子가 乘五色雲而下降하야 入于懷中하고 遂有胎氣라하니 盖有自而來者也라 生而氣骨이 壯大하고 聰慧가 絶倫이라 纔九歲時에 隨母入雪岳山 神興寺하야 獻供中에 瞻其佛像하고 以出家之志로 告白한대 父母가 不許어늘 過四年後十三歲時에 萬緣休罷하고 入百潭寺 韓龍雲和尙會下하야 祝髮하고 二十歲에 依楡岾寺 東宣老師하야 受具足戒하다 自此로 經學專攻하야 特以華嚴法師로 名重於世하다 至四十歲時에 嘆世無常하고 入德崇山 滿空老師會下하야 參究西來密旨러니 老師가 一日에 謂師曰別傳一句가 在甚處오 師가 震聲一喝한대 老師가 不肯이어늘 師가 於是에 別立生涯하고 更加精進하야 脇不至席者가 積有年所而 至五十歲時하야 在楊州興國寺 結夏安居中에 夢見滿空老師가 擧蓮花而示之하고 別傳一句를 豁然悟得이라 因爲之頌曰蓮花藏裡에 通身寒하니 六千沙界가 是我身이라 若人이 問我別傳句하면 問答이 卽是毗盧身이라호리라하시다 卽回老師呈似한대 老師가 黙然而止하다 又一日에 花壇中弄花러니 老師가 忽問何等이 是第一花오 師가 便突起一拳한대 老師가 曰此則且置하고 如何是第二花오 師가 卽應聲大喝한대 老師가 微笑하고 便歸方丈하다 自此以往으로 縱橫淋漓에 生熟이 自在라 何時不禪이며 何處非法가 或放曠於漁村酒肆之中而不入世間하고 或逍遙於深山 寂寞之中而不出世間이라 苦海波中에 迷者亂者와 浮者沈者가 忽然聞其聲而躍之어든 師以隻手로 高張大悲之網하야 摝之以置樂岸焉하시니 此豈與物爲春에 接而生時於心者가 非也耶아 可謂名與實이 相符에 有不可掩者也로다 戊午年間에 住錫于城南市奉國寺러니 一日에 召門人雪翁曰覰見虛空骨髓麽아 滿目靑山無寸樹하니 懸崖撒手丈夫兒니라 又偈曰八十七年事가 七顚八倒起로다 橫說與竪說이여 紅爐一點雪이라하고 奄然歸寂하시니 時當七月八日也라 世壽는 八十七이요 法臘은 七十四也러라 囑余爲文하야 以示將來어늘 余不敢以不文而牢讓故로 敍其顚末如右云爾로다

應化 三千八年(1981) 辛酉 五月 日也
五臺山人 呑虛宅成 謹撰 幷書

춘성 대종사 비문

하늘과 땅에 서로 닮은 시간이라곤 일각도 없고, 옛날과 지금에는 근거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한 순간도 없는데 교묘한 지혜를 내어 천지의 조화와 더불어 다투려고 한다면 이 또한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어질고 통달한 선비들은 즐거움으로 통하면서도 화함을 잃지 않고 밤낮으로 빈틈이 없이 만물로 더불어 봄 날씨처럼 화기애애하니, 춘성 대종사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스님의 속명은 창림(昌林)이요, 속성은 이씨요, 본관은 평창이며 법명은 춘성(春城)이요 춘성(春性)은 그의 법호이다. 부친의 이름은 인오(仁五)요 모친은 박씨이니, 단기 4224년(1891) 신묘 3월30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리에서 태어나셨다. 모친의 꿈에 한 동자가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와 품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고서 마침내 태기가 있었다고 하니, 선사의 태어 난 데에는 그만한 유래가 있다.

스님은 태어나자마자 기골이 장대하고 여느 사람보다 총명스럽고 지혜로웠다. 겨우 9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를 따라 설악산 신흥사에 들어가 공양하는 가운데 불상을 우러러 보고서 출가하려는 뜻을 말씀드리자, 부모가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5년이 지난 이후 13세 때, 모든 인연을 끊고 백담사 한용운스님 회하에 들어가 삭발 하였고, 20세에 유점사 동선(東宣) 노스님에게 귀의하여 구족계를 받았으며, 그 이후로 경학을 전공하였는데 특히 화엄법사(華嚴法師)로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게 되었다.

40세에 이르러 덧없는 세상을 탄식하고 덕숭산 만공 노스님 회하에 들어가 화두“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祖師西來意)”의 은밀한 종지를 참구하였는데, 만공 노스님이 하루는 스님에게
“교외별전(敎外別傳) 한 구절은 어디에 있는가?”

라고 묻자 스님이 우뢰와 같은 큰 소리로 한 차례 억소리를 질렀지만, 만공노스님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스님은 이에 따로 생활을 하면서 다시 정진을 더하여 자리에 눕지 않기를 1년여 동안이나 계속하였으며, 50세에 이르러 양주 흥국사에서 여름 안거를 하는 중에 꿈속에서 만공 노스님이 연꽃을 들어 보이는 것을 보고서 교외별전 한 구절을 툭 트이게 깨달았다. 이로 인하여 게송을 지었다.
蓮花藏裏通身寒 연화장세계 속에 온 몸이 차가웁고
大千沙界是我身 대천사계가 나의 몸일레라
若人問我別傳句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별전구를 묻는다면
問答卽是毘盧身 문답이 곧 비로신이라 하리라
이에 곧 만공 노스님에게 돌아가 이 게송을 올리자, 만공 노스님이 말이 없이 앉아 계셨으며, 또한 어느 날 화단에서 꽃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만공노스님이 갑자기 “어떠한 것이 가장 으뜸가는 꽃이냐”고 묻자, 스님은 한 주먹을 불끈 들어보였다. 만공스님은 “이것은 그만두고 어떠한 것이 두 번째 가는 꽃이냐?”고 물으니, 스님은 곧 큰 소리로 ‘억’소리를 내지르자, 만공 노스님이 미소를 짓고 방장으로 돌아가셨다.

그 후로부터 종횡에 얽매임이 없고 어떠한 일이 있어서도 자유자재 하였다. 이로써 어느 때인들 선(禪)이 아니며,어느 곳인들 법이 아니겠는가. 때로는 어촌과 주막 가운데서 방광(放曠)하면서도 세간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때로 깊은산 고요한 가운데에 소요하면서도 세간을 벗어나지 않았다. 고해의 물결 가운데 혼미한 자, 어지러운 자, 들떠 있는 자, 잠겨 있는 자가 스님의 법문을 듣고 기쁨에 날뛰면 스님은 한 쪽 손을 번쩍 올려 대지의 그물을 높이 들어서 안락의 땅으로 옮겨 주시니, 그는 만물과 더불어 봄이 되어 그를 마주하면 마음의 생기를 얻게 해준 자가 아니겠는가. 이는 이름과 실상이 서로 부합하여 감출 수 없는 자라 하겠다.

무오년경에 성남시 봉국사에서 주석하다가 어느 날 문인 설옹(雪翁)을 불러 말하였다.
“허공의 골수를 보았는가?”
滿目靑山無寸樹 온 산에 작은 나무 한 포기 없으니
懸崖撒手丈夫兒 가파른 절벽에서 손을 놓아야 대장부이다.”
이어서 또 다시 게송을 읊었다.
八十七年事 87년 동안 일이란,
七顚八倒起 7번 꺼꾸러지고 8번 넘어졌다가 일어났노라.
橫說與竪說 횡설이여, 수설이여!.
洪爐一點雪 붉게타는 화로 위 한 점의 눈일레라.
이에 곧 열반하시니, 때는 7월 8일이다. 세수는 87이요, 법랍은 74이다. “나에게 비문을 지어 훗날 정할 수 있도록 하여달라.”청하기에 나는 감히 문장에 능하지 못한다는 말로 굳이 사양할 수 없어서 그의 전말을 위와 같이 서술하는 바이다.

응화 3008년(1981) 신유 5월 일
오대산인 탄허택성 삼가 짓고 아울러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