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國 太白山 端宗大王之碑

恭惟端宗之史昭載國乘與傳記者頗多則不待今日之臚列而若依世人所記之散屑及平日所聞之單片則端宗崩後化爲太白山靈若其果爾則是因緣也將得以普利群品如恒河沙不可量也何者東金剛西九月南智異北妙香旣爲國內之四大名山而太白處其中則可謂如北辰居其所衆星拱之也傳人之說太白爲國內都山神者不其然乎若夫三明照耀開朗百世之事現前五通縱任無爲萬里之遠咫尺此山王之威力也不遠之將來東幷幾千里之地北呑數萬里之域者又安知非山王之威力也耶淸信女金氏眞淨行募緣鳩財立其碑而供養之知其宜乎其身之吉慶成滿而其僉檀那之施財相成者又豈可以不成就其願耶囑余爲銘余收錄其所傳所開之略于語敍其顚末如右云爾  銘曰
無中忽有 有而忽無  往來蕭然  神變難思
小大大小 靈之威力  東呑北並  非朝卽夕
檀紀四千二百九十八年(1965) 乙巳四月十五日
五臺山人 呑虛 金鐸聲 謹撰.

태백산 단종대왕 비명 병서

 삼가 생각해보면 단종에 관한 사실은 국가의 역사기록과 전기(傳記)에 명백히 기재되어 있는 바 매우 많음으로 여기에 굳이 나열할 것이 없다. 그러나 여기저기에 기록을 남긴 세인들의 말과 평소 단편적으로 들어왔던 이야기에 의하면 단종께서는 승하하신 후 태백산 산신령으로 화현하였다고  한다. 만일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인연일 것이다.

 아마 널리 중생을 이롭게 제도하심이 마치 항하의 모래알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동쪽으로 금강산, 서쪽으로 구월산, 남쪽으로 지리산, 북쪽으로 묘향산이 이미 국내의 4대 명산인데, 태백산이 그 한 가운데에 있어 마치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어도 많은 별들이 북극성을 향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태백산은 국내의 도산신(都山神) 이라고 하는데, 진정 그 말이 사실이 아닐까? 삼명(三明): 숙명명(宿命明)ㆍ천안명(天眼明)ㆍ누진명(漏盡明)이다)이 빛나고 밝아서 백세의 일들을 눈 앞에 있는 듯 훤히 보고 다섯 가지 신통력이 자유자재하고 작위(作爲)가 없어서 만리의 머나먼 길이 지척이니, 이것이 바로 산신왕의 위력이라 하겠다. 아마 머지 않은 장래에 동쪽으로 몇 천리의 땅을, 북쪽으로는 수 만리의 지역을 가지게 될 것이니, 이 또한 산신왕의 위력이 아니겠는가!

 청신녀 김진정행(金眞淨行)의 모연(募緣)으로 재물을 모아 비석을 세우고 공양을 올리니, 그의 몸에 길한 일과 경사가 거듭되리라고 믿으며, 그밖에 보시하여 도운 여러 신도 또한 어찌 제각기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으랴! 나에게 비명을 청하기에 내 일찍이 들은 몇몇 이야기들을 수록하여, 이에 그 전말을 위와 같이 서술하는 바이다.

 명은 다음과 같다.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사라져
 오고 가심에 자취 없으니
 신비한 변화 헤아릴 길 없어라.
 작은 것을 크게 하고 큰 것을 작게 하나니 이는 모두 신령의 위력이라.
 동녘으로 북쪽으로 더욱 넓혀질 우리 강토여!
 아침이 아니면 저녘에 이뤄지리라.

단기 4298년(1965) 을사년 4월 15일
오대산인 탄허 김택성 삼가 지음.